마이 시스터스 키퍼 - 스포일러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 많습니다. by storyband



불치의 병을 가진 어린 자식을 구하기 위해,
꼭 불치병이 아니어도 자식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고,
또 자식대신 싸우는 어머니의 모습은, 많은 영화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조금은 다른 내용이지만, 말아톤이나 봉준호감독의 마더도, 어쩌면 같은 선상에 있는 영화겠지요.

마이 시스터스 키퍼가 이런 모성만을 앞세운 영화들과 다른 점은, 
가족들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물론 말아톤에서도 초원이 아빠, 그리고 동생을 다루지만, 마이시스터스 키퍼의 비중은 훨씬 큽니다.)

좋은 집, 예쁜 엄마, 멋진 아빠, 그리고 아이들.
단란하고 행복해보이는 공간속에 스며든 가족의 병.

영화는 한사람 한사람, 가족들의 시선으로 다가가, 그들의 모습속에 숨겨진 각자의 아픔을 보여줍니다.

언니를 구하기 위해, 유전적으로 만들어진 donor child, Anna는 태어난 이후, 줄곧 언니에게 많은 것을 주었습니다.
태어나자마자 제대혈세포부터 시작해 골수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이제는 신장의 기능을 온전히 잃은 언니 Kate를 위해 신장도 기증해야 합니다.

모두가 Kate의 적혈구수치를 걱정하는 동안 방치된 아들 Jesse, 독서장애가 있었던 Jesse는 1년간 특수교육을 위한 학교로 보내집니다. 가장 관심이 필요했던 시기에 모든 관심을 뺏겨버린채, 방황하는 Jesse, 심지어 부모는 그의 방황조차 알아채지도 못하죠.

심지어 Kate마저도, 본인뿐 만 아니라 가족들도 자신과 함께 죽어가고 있다고 느낍니다. 아빠의 첫 사랑이었던 사랑스러운 엄마를 빼았았고, 오빠 Jesse에게 돌아갈 부모의 관심을 빼았았고, 자신의 건강을 위해 돌봐줘야 할 어린 동생 Anna의 몸과 건강을 되려 뺏고만 있는 현실속에서, 힘들어하죠.

영화자체는 유전적으로 변형되어 기증을 목적으로 태어난 동생, Anna의 고소라는 자극적인 설정에 집중하기보단, 
병마가 스며든 가족의 일상을 찬찬히 보여줍니다.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것은 병과 죽음에 대한 영화의 담담한 시선입니다.

화학치료로 머리카락을 잃고 괴물이라고 자책하는 Kate를 위해 삭발을 한 엄마 Sarah역의 캐머론 디아즈, 
만약 우리나라 영화였다면, 분명 관객들을 꽤나 울렸을 그 장면에,
가족들은 그저 삭발한 두 모녀와 함께 유쾌하게 어느 한적한 놀이공원에 가 스티커사진을 찍는걸로 소동을 마무리합니다.



대사 한마디 없이, 가족들이 번갈아가며 우스꽝스런 표정으로 사진을 찍는 모습은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처럼 아름답기만 합니다. 

마찬가지로 Kate의 남자친구였던 - 백혈병에 걸렸던 테일러의 죽음을 알리는 장면역시 마찬가지로 담담했습니다. 
병원에서 열린 프롬과도 비슷한 무도회에 참석했던 이후 연락이 끊긴 테일러가 혹시 변심한건 아닌지, 초조해하는 Kate 대신
테일러의 행방을 찾던 엄마 사라에게 간호사는 그저, "누군가 당신에게 말했을 줄 알았다"는 말을 할 뿐입니다. 

기운을 잃고 누워있는 케이트를 토닥이는 사라의 모습을 통해, 테일러가 변심한게 아니란 걸, 관객들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결국 영화의 발단, 소송의 원인은 Anna가 아닌 Kate였음이, 재판 중에 밝혀지게 되고, 
캠프를 떠날때 처럼, 엄마가 보이는 창가자리에 앉아있겠다는 케이트의 마지막 작별인사에...
엄마 사라도, 이제 케이트를 그만 보내줍니다. 

소송의 승패여부는 사실 이 영화의 핵심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안나는 소송에서 이깁니다.
가족들은 케이트의 죽음이후, 각자 자기의 인생을 살아갑니다. 하지만, 케이트는 그들 각자의 마음속에 함께 살아가고 있죠. 

내용을 떠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환자역으로 나온 Kate의 모습입니다. 
그동안 그저 아름답거나, 연약하게만 보았던 우리나라 드라마속 예쁘장한 불치병 배우들과 달리,
이 영화속 케이트는 본인이 스스로를 칭한 "괴물"이란 말이 어울릴정도로 실제 환자에 가까운 모습을 보입니다.

영화 속에서 병이 점점 진행되는 모습을, 거의 완벽하게 재현해 냈습니다. 

마찬가지로 캐메론디아즈, 병간호에 지친, 그렇지만 결코 딸을 포기할 수 없는 고집스런 엄마의 모습은 
흡사 말아톤의 김미숙과도 닮았습니다.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나 라스베가스에서만 생길 수 있는 일, 등에서 보여준 특유의 쾌활함과 사랑스러운 매력을
엄마라는 이름으로 감추고, 별다른 의상이나 분장없이, 피곤하고 지친 일상의 표정 잘 담아냈습니다. 


  


덧글

  • 난후 2010/09/06 14:53 # 삭제 답글

    잘 보았습니다. (사진들이 밝네요. 내용과 달리.)
    그리고 찾아서 봐야겠어요. (궁금해서요. 어떤느낌일지.)
    잘 지내시는거죠? ......................................................................
    그냥 소소한 이야기들 편안하게 올려주셨으면 해요.
    욕심쟁이 덧글人 입니다.
  • storyband 2010/09/08 15:46 #

    잘 지내고 있습니다. 간단히 근황도 올렸구요 :) 인터넷사정이 들쑥날쑥하다보니깐, 블로그와 자꾸 멀어지게 되네욤!!! 관심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ㅋ
  • 오픈디베 2014/09/24 12:30 # 삭제 답글

    안녕하세요 오픈디베이트 포럼에서 '마이 시스터스 키퍼'란 영화를 가지고
    생명윤리와 관련된 주제로 토론할 지혜로운 토론자를 모시고 있습니다.
    http://opendebate.or.kr/index.php?topic=2029.0
    여기에서 storyband '님의 지혜를 부탁드립니다.
    같이 자유롭게 이야기 해보는 시간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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